새벽 5시 30분. 알람이 울리기도 전에 눈이 떠졌다.
솔직히 말하면 전날 밤 거의 잠을 못 잤다. 처음 가는 공장, 처음 해보는 조립 작업, 아는 사람 한 명 없는 낯선 환경. 머릿속에서 온갖 시나리오가 돌아가다 보니 새벽 2시가 넘어서야 겨우 눈을 감았던 것 같다. 그렇게 첫 출근 날 아침이 밝았다.
—
검단까지 가는 길부터 만만치 않았다
검단산업단지는 인천 서구에 위치해 있다. 지하철로 바로 연결되지 않아서 대중교통으로 가려면 환승을 두세 번은 각오해야 한다. 나는 부평역에서 버스를 타고 이동했는데, 출근 시간대라 버스 안이 이미 공장 출근자들로 가득 차 있었다. 작업복 차림의 사람들, 안전화를 신은 사람들, 이어폰을 꽂고 눈을 감은 사람들. 그 버스 안의 풍경 자체가 이미 산업단지의 일상을 보여주는 것 같았다.
공장 정문에 도착한 시간은 오전 7시 40분. 8시 출근이었는데 생각보다 일찍 도착했다. 정문 앞에는 이미 여러 사람들이 줄을 서서 출입증을 받고 있었고, 파견 업체 담당자가 나를 맞이해줬다. 간단한 안전 교육 서류에 서명하고, 안전모와 조끼, 귀마개를 지급받았다. 이 순간부터 ‘아, 진짜 공장이구나’ 하는 실감이 왔다.
—
공장 안으로 들어선 첫 순간
문을 열고 공장 내부로 들어서는 순간, 감각이 한꺼번에 자극을 받았다.
소리가 먼저였다. 컨베이어 벨트 돌아가는 소리, 에어건 쏘는 소리, 금속 부품이 부딪히는 소리들이 뒤섞여 귀를 가득 채웠다. 귀마개를 끼고 있었는데도 진동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그다음은 냄새. 기름 냄새와 금속 냄새가 섞인 특유의 공장 냄새가 코를 찔렀다. 처음에는 약간 어지러운 느낌도 들었다.
내가 배정받은 라인은 소형 전자 부품 조립 라인이었다. 컨베이어 위에 부품들이 일정한 간격으로 흘러오고, 각 작업자는 자기 자리에서 정해진 동작을 반복하는 방식이었다. 옆자리 선임 작업자가 간단하게 작업 방법을 설명해줬다. “이거 여기 끼우고, 저거 저기 누르고, 확인하고 넘기면 돼요.” 말로는 간단했지만, 실제로 해보니 손이 따라가질 않았다.
—
몸이 먼저 솔직하게 반응했다
오전 내내 같은 동작을 반복했다. 부품을 집고, 끼우고, 확인하고, 넘기고. 집고, 끼우고, 확인하고, 넘기고.
처음 한 시간은 그나마 버틸 만했다. 두 시간이 지나자 손가락 끝이 뻐근해지기 시작했다. 세 시간이 지나니 허리가 당겼다. 서서 하는 작업이었는데, 같은 자세로 계속 서 있다 보니 허리와 다리에 피로가 빠르게 쌓였다. 오전 10시에 10분 휴식이 있었는데, 그 10분이 그렇게 간절하게 느껴진 적이 없었다.
점심시간은 낮 12시. 구내식당에서 밥을 먹었다. 메뉴는 된장찌개와 제육볶음이었는데, 몸을 쓰고 나서 먹으니 어찌나 맛있던지. 식판을 들고 빈자리를 찾아 앉으면서 주변을 둘러봤다. 다들 조용히 밥을 먹거나, 핸드폰을 보거나, 잠깐 눈을 붙이는 사람도 있었다. 점심시간 40분이 유독 짧게 느껴졌다.
—
오후가 더 길었다
오후 작업이 시작되자 시간이 더디게 흘렀다. 오전에는 긴장감이라도 있어서 버텼는데, 오후에는 몸의 피로와 단조로움이 동시에 밀려왔다. 컨베이어 벨트는 멈추지 않았고, 부품은 계속 흘러왔다. 잠깐 속도가 느려지거나 라인이 멈추는 순간이 오히려 숨통이 트이는 것 같았다.
옆자리 작업자가 말을 걸어왔다. 여기서 일한 지 3년 됐다고 했다. “처음엔 다들 힘들어요. 한 달만 지나면 몸이 알아서 해요.” 그 말이 위로가 되기도 했고, 한편으로는 ‘한 달을 버텨야 한다는 건가’ 싶기도 했다. 공장 일이 쉽지 않다는 걸 머리로는 알고 있었지만, 몸으로 직접 느끼는 건 전혀 다른 이야기였다.
오후 3시 휴식 때 밖에 나가서 잠깐 바람을 쐤다. 공장 외벽 옆에 작은 벤치가 있었고, 몇몇 작업자들이 담배를 피우거나 그냥 멍하니 앉아 있었다. 나도 그 옆에 앉아서 하늘을 봤다. 파란 하늘이 유독 선명하게 보였다.
—
퇴근 버스 안에서 든 생각
오후 5시, 퇴근 사이렌이 울렸다.
탈의실에서 작업복을 갈아입으면서 온몸이 얼마나 무거운지 새삼 느꼈다. 어깨, 허리, 다리, 손가락 마디까지 안 아픈 곳이 없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기분이 나쁘지는 않았다. 뭔가 하루를 꽉 채운 느낌, 몸을 제대로 썼다는 느낌이 있었다.
퇴근 버스 안에서 눈을 감으며 오늘 하루를 되짚었다. 처음 해보는 작업이라 실수도 있었고, 속도도 느렸고, 선임 작업자에게 여러 번 도움을 받았다. 부끄럽기도 했지만, 첫날이니까 어쩔 수 없다고 스스로를 다독였다.
공장 일은 화려하지 않다. 누가 알아주지도 않고, SNS에 올릴 만한 장면도 없다. 하지만 컨베이어 위에서 쉬지 않고 흘러가는 부품들, 그 라인을 묵묵히 지키는 사람들이 있어서 어딘가에서 누군가가 쓰는 물건이 만들어진다는 사실이 퇴근길에 새삼스럽게 와닿았다.
내일도 새벽 5시 30분에 일어나야 한다. 몸은 벌써 뻐근하지만, 일단 내일도 가보려고 한다.





